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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__love_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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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의 목련(木蓮)

그저 조용히 적막한 공간만을 위무선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내 몸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적응하며 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게 생활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환청이 들려온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사건들이 벌어진 그곳을 잊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내 꿈속에서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너를 다시 본다면 그때는 심한 말을 하지 않아도 될까?’

얼굴도 잊혀가 기억도 나지 않은 너의 얼굴을 다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서서히 희미해져 눈을 감았다.

 

아침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위무선은 눈을 찌푸리며 이리저리 침상에서 굴러서 이불이 떨어졌다. 그때 옆에 있는 누군가가 움찔거리더니 이불을 다시 위무선에게 덮어주었다. 순간 이상함을 느낀 위무선은 눈을 뜨면서 경계하며 침상 아래로 내려와 자신의 곁에 있던 이를 살폈다.

  “남잠? 왜 네가 여기에 있어?”

위무선은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됐는지 자신도 알 길이 없어 그냥 남잠한테 물어보는 게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위영, 잠이 덜 깼어?”

남망기는 살짝 어리둥절하면서 대답했다.

  “남잠, 나 진지해. 도대체 어떻게 내가 운심부지처의 정실에 있는 건지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위무선은 남망기의 대답을 기다리면서 경계심을 풀지 못했다.

  ‘분명 나는 13년 전에 죽었어. 그 후로 몇 년이 지났는지 가늠할 순 없지만 지금 내가 살아있는 건 정확한 것 같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독하고 외롭게 어둠을 헤매고 다녔었지.’

  “위영, 여기는 운심부지처야. 어젯밤 너는 술에 취해서 잠이 들었었어.”

  “그러니까 내가 여기 있는 건 단순히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단 거네?”

 

  “응.”

남망기는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위무선은 다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대체 뭐지? 무엇보다 큰일인 건 지금 현재 상황을 모르는 거야. 여기 시대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일단 믿을 사람은 남잠뿐인 것밖에는 알 수 없다는 거야.’

  “남잠, 우리 둘의 사이는 뭐야?”

남망기는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주향이 흐른 후 천천히 입을 달싹거렸다.

  “위영, 우리는 부부의 연을 맺었어.”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은 위무선은 몇 시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그저 서 있었다. 이렇게 되면 하룻밤 사이에 기억을 잃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 전에 남망기의 표정을 본 위무선은 그대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기억을 잃은 것 같네.”

위무선은 당황하듯이 멀찍이 서서 그저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최고의 방법은 지금 기억상실을 한 사람처럼 있어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응.”

남망기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굳은 표정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마치 이해한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듯한 느낌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위무선은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남잠, 일단 갑자기 내 기억이 사라졌으니까 속상하고 어이가 없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럴 수밖에 없잖아?”

  “응.”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건 사라진 내 기억을 찾으러 가자.”

  “응.”

  “일단 운몽에 가는 거야. 난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는 어떤 곳이며 내가 살고 있었던 세상과 비슷한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세상에 왔는지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그걸 알기 위해선 운몽에 가서 강징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위무선은 남망기와 함께 운몽으로 가기 시작했다. 운몽에 가는 도중에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상점에 들러 어떠한 이야기가 자주 오고 가는지 살펴봤다. 대충 듣기론 요즘 난릉 금 씨의 가주가 부인과 금린대에서 오붓한 시간을 가지거나 아들과 함께 야럽을 다닌다는 소문과 어떤 미친놈이 마을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몽 강씨의 가주는 제자들의 훈련을 강화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은 딱히 없네. 소문들은 여전하구나.’

위무선은 옛 생각을 잠시 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지만, 자신의 소문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뭐만 하면 이릉노조를 탓하고 심지어 자신이 한 일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한 짓이라고 우겼다. 위무선은 딱히 소문에 신경을 안 쓰고 살아왔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망기는 그런 생각을 하는 위무선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눈길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땐 그는 운몽 강씨가 있는 쪽을 보고 있었다.

  “남잠, 넌 방향감각이 참 좋은 것 같아.”

  “왜?”


  “그냥 너는 원래도 그랬잖아.”

남망기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위무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위무선은 남잠한테 장난을 치고 도망갔었을 것이다. 남잠을 놀리는 건 항상 즐거웠고 그의 반응 또한 재미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시간의 흐름이 우리 둘을 더 갈라놓기 좋았을 시기에 위무선이 죽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남잠, 이제 슬슬 가보자.”

  “응.”

남망기는 묵묵히 그의 곁에 서서 나란히 걸었다.

얼마 후 연화오가 보이기 시작했을 무렵, 위무선은 벌써 어두워진 밤하늘을 보고 옆에 있는 남잠을 보았다. 금빛 같은 그의 호박색 눈을 보면 왠지 모르게 눈에 키스하고 싶은 욕망이 들었다.

  “위영,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너의 눈에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남잠의 반응이 궁금해서 장난으로 말한 위무선은 살며시 눈웃음을 지었다. 남망기는 그의 모습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간이 촉박한 듯 위무선의 눈에 키스했다. 이번에는 위무선을 놓치기 싫었던 남잠은 그저 그를 운심부지처에 소중하게 가두고 싶었다. 그의 마음을 읽지 못한 위무선은 당황했으며 가만히 있었다. 사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지만, 남잠의 입술을 거부하기 싫었다. 그의 입술이 눈을 지나서 위무선의 입술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남망기의 귀는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혀가 입속으로 비집고 들어오자 신음은 더욱 커졌다.

  “하아, 남잠 이제 그만.”

위무선은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입술을 떼고 남망기한테 말했다.

  “싫어.”

그렇게 한참 동안 둘의 입술은 계속 움직였다. 남망기는 밤하늘처럼 깊었던 키스를 끝내고 위무선의 손등에 짧게 입을 맞췄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기다릴게.”

그 말을 끝낸 후, 세상은 하얀빛이 났으며 한없이 길었던 꿈에서 깨어났다. 위무선은 눈을 뜨자마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너무나도 그리운 그 사람의 모습은 지금 여기에 없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왜 울었는지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변함없고 지루한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위무선은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바깥을 보았다. 오늘은 교통사고로 하늘로 돌아간 강염리의 기일이었다. 늘 이때만 되면 자신을 탓하는 강징의 모습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혼자 봉안당에 가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일진들과 어울린 내 자신을 많이 탓했다.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걔네들과 같은 자동차에 있었고, 사건은 이미 일어난 다음이었다.

  ‘비가 올 것 같네, 우산 안 갖고 왔는데….’

잔뜩 흐려진 구름은 눈물이 흘러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위무선은 학교를 마치고 영원히 여전할 것 같은 거리를 걷고 있었다. 봄 하늘은 찾아보기 힘든 날이었고 마음이 답답한 하루였다. 꽃들은 이미 사라졌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건 마음의 눈물인 듯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내리는 것 같기도 했다. 저기 멀리서 봉안당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결국 눈에서 차가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고 싶지 않았다. 울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눈물이 필요했다.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울지 않았을까. 차가운 마음의 눈물들이 위무선을 젖게 만들었다. 이대로 영원히 이 거리에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위무선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하얗고 구름장식이 달린 긴 우산을 위무선의 손에 잡게 했다.

  “그러다가 감기 걸려.”

느긋하고 나직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애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우산, 너 가져.”

  “아, 그럴 필요는 없는데….”

위무선은 지금 자신이 비에 흠뻑 젖어서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 수 있고, 무엇보다 티셔츠가 몸을 다 비추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우아한 느낌의 금빛 같은 호박색 눈을 가진 사람이 정직된 표정으로 위무선을 보고 있었다.

  “그 몸으로 봉안당에 가서 뭐 하려고, 일단 집에 가자.”

분명히 모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믿음이 간 위무선은 그의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저기 있잖아, 나 알아? 근데 여기 이 집은 너희 집인 것 같네.”

  “응.”

  “내가 봉안당에 가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그냥 그럴 것 같았어, 일단 먼저 씻어.”

  “그래, 집에 초대해줘서 고마워.”

위무선은 말을 마치고 샤워실에 가서 몸을 닦은 후에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고 숨 가쁘게 기쁜 눈물이 차올랐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네.”

위무선은 진정을 하고 거실로 나왔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남자애는 대체 누구이며 왜 도와준 것일까? 진짜로 예전에 만났던 사람일까? 이러한 고민을 품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고, 졸음이 비처럼 쏟아져서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 후 어떤 남자애가 나한테 무슨 말을 한 것 같지만 무시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위영, 몇 년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늘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밤하늘의 별처럼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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